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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란

학문마다 여러 종류의 연구 분야가 있다. 생물학을 예로 들어보자. 분자생물학은 생물의 화학적 구성을 세포생물학은 그 자체가 여러 가지의 화학물질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생물체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가 되는 세포를 진화생물학은 여러 가지 동물과 식물이 오랜 시간에 걸쳐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연구하는 분야이다.

마찬가지로 거래하는 시장에서 기업과 가계의 상호작용을 연구해볼 수도 있으며 나라 경제 전체의 움직임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나라 경제 전체의 움직임이란 사실 모든 시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제주체들의 행동의 종합적인 결과다.

경제학은 전통적으로 크게 두 분야로 나누어진다. 미시경제학은 가계와 기업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며, 이들이 각각의 시장에서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가를 연구하는 분야다. 미시경제학에서는 임대료 규제가 뉴욕 시의 주택 사저에 미치는 효과라든지 미국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외국 자동차 수입의 효과 혹은 의무교육이 근로자의 소득에 미치는 영향 등이 연구주제가 된다.  반면 거시경제학에서는 정부 차입의 효과 실업률의 장기적 변화 국민 생활수준을 향상하는 정책의 비교 등이 주요 연구대상이 된다.

그러나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나라 경제 전체의 변화라는 것이 수많은 개인과 기업의 개별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련된 미시경제현상을 고려하지 않고는 거시경제현상을 이해하기가 곤란하다. 예를 들어 거시경제학자가 소득세 경감이 전반적인 생산활동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려면 먼저 세금의 감소가 각 가계의 소비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의 이러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이 두 분야는 각각 독특한 특징이 있다. 생물학과 마찬가지로 경제학에서도 경제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부터 시작해서 점차 큰 단위를 연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꼭 필요하거나 반드시 최선의 방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생물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진화생물학은 세포생물학에 근거한다고 할 수 있지만 진화생물학과 세포생물학은 분야에 따라 별개의 연구과제와 연구방법을 지난 별개의 생물학 분야다. 마찬가지로 경제학에서도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은 서로 다른 연구과제가 있기 때문에 종종 이 두 분야는 다른 연구방법과 모델을 가지고 있으며 별개의 과목으로 가르치기도 한다.

경제학자들은 종종 경제현상의 원인에 대해 질문을 받고 한다. 예를 들어 왜 10대 청소년들의 실업률이 나이가 많은 근로자에 비해 더 높은가와 같은 것이다. 또는 경제현실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도록 요구받기도 한다. 말하자면 이 질문은 10대 청소년의 복지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와 같은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현실을 설명해야 한다면 이는 과학자로서의 역할이다. 경제학자가 현실을 개선하는 것을 돕도록 요청받는다면 이는 정책 조언자로서의 역할이다. 경제학자가 담당하는 두 가지 역할을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 각각에서 사용되는 언어의 차이부터 살펴보자. 과학자와 정책 조언자는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지금 두 사람이 최저임금제에 대해 토론하면서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자.

폴리: 최저임금제는 실업을 유발할 것이다.

노마: 정부는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

폴리와 노마는 지금 각자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폴리는 지금 과학자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지금 세상이 어떤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노마는 정책 조언자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싶은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 세상에 대한 견해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폴리의 입장처럼 실증적인 주장이다. 실증적 주장은 설명적인 것으로 이 세상이 무엇인가를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노마의 입장처럼 규범적인 주장이다. 규범적 주장은 처방적인 것으로 이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를 주장하는 것이다.

실증적 주장과 규범적 주장의 중요한 차이점은 우리가 이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하는가에 있다. 실증적 주장은 기본적으로 나타난 증거를 검사함으로써 인정하거나 부정할 수 있다. 즉 폴리의 주장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수준과 실업률의 관계를 나타내는 시계열 자료를 분석하면 될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규범적 주장에는 나타난 사실뿐만 아니라 가치관이 개입된다. 노마의 주장은 자료만 가지고는 판단할 수 없다. 무엇이 좋은 정책이고 무엇이 나쁜 정책인가의 판단은 단순한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거기에는 우리의 윤리관, 종료, 정치철학이 등이 개입되는 것이다.

물론 실증적 주장과 규범적 주장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마음속에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 세상 현상에 대한 실증적 이해가 정책에 대한 규범적 선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최저임금제가 실업을 유발한다는 폴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노마의 최저임금 인상 주장은 거부되어야 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규범적 판단은 실증적 분석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실증적 분석과 가치관에 입각한 판단이 함께 적용되어야 한다.

여러분은 경제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실증적 주장과 규범적 주장의 차이를 항상 유의하기 바란다. 대부분의 경우 경제학은 실증적이다. 경제가 어떤 원리에 의해 작동하는가를 설명하고자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경제학을 이용해서 어떤 규범적 목표를 추구하기도 한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경제가 보다 잘 작동하게 할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 만약 어느 경제학자가 규범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면 그는 과학자로서가 아니라 정책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언젠가 제발 외팔이 경제학자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트루먼 대통령이 경제학자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항상 한편으로는 이렇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다고 답변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경제학자들이 답변이 종종 모호하다고 느낀 사람들은 비단 트루먼 대통령만이 아닐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이런 경향은 경제학의 10대 기본원리의 하나에 기인한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는 기본원리를 여러분은 기억할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대부분의 정책결정에 대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떤 정책은 효율을 위해 공평성을 희생할 수도 있다. 혹은 미래 세대를 돕고 현세대를 손해 보게 할 수도 있다. 정책결정이 쉬운 일이라고 말하는 경제학자가 있다면 그 사람 말은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의 조언에 의존했던 트루먼 대통령만이 아니다. 1946년 이래 미구의 대통령들은 3명의 위원과 40~50여 명의 보좌진으로 구성된 경제자문위원회의 조언을 받아왔다. 백악관과 물과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이 위원회는 오직 대통령의 경제자문과 1년에 한 번 대통령 경제보고서를 발간하는 임무만을 수행하고 있다. 대통령 경제보고서에는 미국 경제의 최근 동향에 대한 논의와 경제정책 현안에 대한 분석이 제시된다.

미국 대통령은 각 행정부처에서 일하는 많은 경제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제무성에 있는 경제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조세정책을 입안하는 데 도움을 주며 노동성에 있는 경제전문가들은 근로자와 구직자에 대한 자료 분석을 통해 노동시장 정책 수립을 돕는다. 법무성의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독점금지 정책을 수행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행정부 밖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정책에 대한 독립적인 평가를 위해 미 의회는 의회예산처의 조언에 의존하고 있다. 물론 의회예산처에도 경제전문가들이 있다. 미국의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도 미국과 전 세계의 경제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수백 명의 경제전문가를 고용하고 있다. 경제정책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영향력은 정책 조언자로서의 역할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제학자들의 연구결과와 논문들도 종종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친다.